폭풍울음
아기를 보다보면 정말 귀신들린것처럼 울 때가 있습니다. 이 시기가 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달래지지가 않습니다. 신생아를 보는게 처음이다보니 이렇게 강성울음을 쏟아내면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.
저희는 출산 직후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서 아기를 낳자마자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. 낮에는 잠만 자서, 육아가 그렇게 힘들다더니 별거 없네라고 생각했는데, 밤이 되니 정말 해뜰때까지 울더군요.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줘도 달래지지 않는데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. 또, 밤새도록 울다가 8시 쯤 가족들이 올때가 되니 귀신같이 울음을 그치고 곤히 자는게 참 당황스러웠습니다.
조리원 퇴소 후 약 이주동안은 사흘에 한번 꼴로 주 2회 정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. 이 시기가 찾아오면 저희 부부가 힘든게 문제가 아니고, 아기의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웁니다. 12시간 가량을 잠도 자지 않고 강성울음을 쏟아내다가 간신히 달래주면 칭얼대고, 그 후 다시 강성울음이 반복됩니다. 신생아 적정 수면시간이 16~20시간이라는데, 한숨도 자지 않고 16시간을 울어재끼니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. 처음 당한 날은 저희 부부도 다음날 소아과를 가보기로 하고 주말에 여는 소아과까지 알아보았습니다. 내일 어떻게 하자고 계획을 다 세우니 귀신같이 울음을 그치더군요. 마치 문동은의 복수에 대한 전재준의 소감처럼 아기가 그만 울고 싶어질 때까지 몇시간이고 안아주고 달래주면서 당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.(생후 한달이 조금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저 최악의 시기는 급성장기였던 것 같습니다. 지금은 저정도로 열몇시간씩 칭얼대지는 않습니다.)
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
다만, 그렇다고 부모된 입장에서 우는걸 보고만 있을수도 없는 입장이니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게되고 가끔 한번씩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. 그럴때마다 ‘아! 이거였구나. 다음부터는 좀 쉽게 갈 수 있겠다.’ 라고 좋아하지만, 다음에 울 때 시도하면 먹혀들지 않습니다. 육아에 익숙해지면 아기 울음만 들어도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.. 속사깨, 쪽쪽이, 코딱지 제거, 배마사지, 옆잠베개, 그냥 내버려두기 등 수많은 방법들을 찾았지만 여러번 연속으로 유효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. 다만 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들어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요.
처음에는 쪽쪽이, 옆잠 베개 등 사용이 권장되지는 않는 아이템들은 모두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었으나, 아기의 울음에 무릎꿇었습니다. 쪽쪽이는 처음엔 먹히다가 요즘은 줘도 잘 안빨고, 옆잠 베개는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.(라라스 만세 !) 그래도 쪽쪽이도 사나흘 정도 잘 썼습니다. 참고로 말씀드리면 영유아 1차 검진 때 완전 모유 수유시의 쪽쪽이 사용에 대해 여쭤봤었는데, 과도한 사용이 아니면 상관 없다고 합니다. 쥐콩이는 줘도 빨지 않게 되어버려서 저희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거지만요..
또한, 돌이켜 생각해보면 3주를 기점으로 울음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. 3주 이전에는 뭔가 복통, 성장통이 울음의 주 원인이었다면, 3주 이후부터는 잠투정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. 뭔가 이때부터 저도 아기의 울음들이 조금식 구분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. 사실 아기와 소통할 방법이 없으니 저의 오해일수도 있습니다만.. 아무튼 그렇습니다.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게 이런 것 같습니다. 저도 아빠가 처음인지라 결국 돌이켜보면 이랬던 것 같다라는 식으로 후행적으로 깨닫게 되는데, 이 마저도 진짜 맞는지 알 수가 없지요…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공부한다고 해도 결국 육아라는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일테니까요. 매체는 우리 아이의 상태가 굉장히 유별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안도 정도의 의미만 있는 것 같습니다.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혹시 아이가 어디가 안좋은 건 아닐까하는 막연한 공포는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.